결혼을 좀 일찍한 편이고 다음해에 덜컥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요즘 추세보다 아주 일찍 보게 된 큰 아들. 덕분에 우리 큰아들은 아빠 엄마가 자주 만나는 주변에 또래의 친구가 거의 없다. 여럿이서 만나 웃고 즐기는 도중에 문득문득 아들의 뒷모습에서 보이는 아쉬움들이 요즘들어 무척이나 안타깝게 느껴진다.
애들이 모두 하나같이 어릴 때에는 겪을 수 없던 것들이었기에 이만큼이나 커버렸구나 싶어서 참 많이 놀라게 된다. 이럴때일수록 친구같은 아빠가 필요할텐데, 욕심만 내며 채근할줄만 알지 아픔과 아쉬움을 함께 해주는데 인색한 아빠인 듯 하여 늘 미안함만 늘어나게 된다.
어제 주일설교는 '어린이 주일' 을 걸맞는 좋은 말씀으로 이루어졌다. 한편, 보이스카웃 캠프 때문에 3박4일 일정으로 집을 떠난 아들을 생각하며, 설교말씀을 듣고 있자니 코 끝이 찡해지며 아들이 참 보고싶어 지는 것 아닌가.
호주 노동절을 덕분에 오늘은 휴일. 오후에 아들 녀석 데리러 가서 찐하게 곱창전골 사주며 콜라 한잔씩 들이켜야겠다. ;-)
2008년 12월 29일, 아빠 생일파티를 간단히 마치고서 밤이 늦도록 이야기하며 놀던 중 아내가 진통기가 느껴진다면서 짐을 싸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참고로, 호주 공립병원에서의 분만 시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모든 준비물은 분만 전에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준비하여 일명 군장을 가득 채워 병원에 챙겨와야한다.
그러다 또 이야기 속에 진통기는 느끼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모두 잠이 들고말았다.
그러던 중...
2008년 12월 30일 오전 9시 1분
아빠는 전날 밤늦도록 놀다가 잠자리에 든 데다가 연말 연휴를 만끽하느라 늦잠을 자고 있었지만, 9시 1분 날카로운 통증에 진통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느낀 아내는 그 날이 온 걸 온 몸으로 느끼며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병원갈 준비를 시작하였다.
Logan Hospital 에 전화를 하여, 진통(contractions)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병원으로 군장을 매고 출발하였다. 병원까지 가는 동안 옆자리에서 아내는 심해지는 진통에 어서 빨리 달리라며 애걸복걸이었다.
오전 10시 30분
Birth Suite(분만실) 을 배정받고, 아빠도 긴장모드에 본격 돌입하였다.
한국에서는 그냥 분만실 바깥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됐는데, 오늘은 산파 도우미 역할인거다.
오후 12시 20분
심해지는 진통에 보다못해 무통분만을 위해 Epidural 마취를 요청하였다. 뒤이어 출동한 마취과 의사의 지나치게 친절하고 자세한 안내... -_-;;
옆에서 아내는 진통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전신마비 등의 듣기 거북한 부작용들을 친절하게도 설명해준다. 아... 제발...
오후 1시 - Baby is pushing!
마취약이 제대로 듣기 시작해서, 아내는 진통기로 인한 체력소모는 한결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하음이가 세상 빛을 보기위해 push 를 시작하였다.
오후 2시 23분
산도를 지나 머리부터 세상 구경을 시작한 하음이. 고개를 돌리는데 우리 둘째 기원이의 얼굴이 뚜렷하게 보이는것이 얼마나 신기한지 자칫 소리를 지를뻔 했다.
엄마 품 안에 안겨 예쁜 울음소리로 세상에 첫 인사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음이가 세상에 태어나 우리 가정의 큰 기쁨으로 다가온지 벌써 2주가 되었다.
남자들만 득실득실하던 우리집에 다가온 사랑스런 우리 딸은 벌써 우리집 모든 남자들의 혼을 빼놓으며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안아주는 자세는 큰 오빠보다는 작은 오빠가 더 안정적이다. 만 8살, 5살의 차이의 오빠들에게 우리 하음이는 얼마나 사랑받으며 자라게 될까?
뒤늦은 늦둥이 하음이 덕분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 온 가족들 ^^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하음아,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라주렴.
아빠는 우리 하음이랑 오빠들 위해 매일 기도한단다.
2009년 1월 1일 이후 태어난 아이들(영주권자 또는 시민권자의 아이들)은 baby bonus 인 $5,000 가 일시불이 아닌 격주 간격으로 지급이 된다. 반면, 하음이는 2008년 12월 30일 생인지라 $5,000 baby bonus 를 한큐에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
일단 출생신고는 접수를 해놓은 상태이니, 출생증명서 나오고나면 medicare 등록과 함께 느긋하게 일시불로 받을지 격주로 차근차근 받을지 살짝 고민을 해줘야겠다.
황달기(jaundice) 때문에 출산 후 2박 3일 동안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퇴원 시 접수처에 돈을 내러갔더니 도대체 무슨 돈을 내려하냐면서 황당하게 쳐다본다. -_-;;
epidural 마취약값 정도는 내야 하는것 아니냐고 했더니, 웃으며 그냥 가란다.
이후, 아이의 건강체크와 모유수유 컨설팅을 위해 집에 무려 midwife 가 4번이나 방문을 하기에 이른다.
아, 제발 그만 좀 와주면 안되겠니.. 무슨 사감선생들도 아니고, 모유랑 분유 혼합수유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하니, 눈을 부라려주는 아줌마들...